위스키 바를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가 기억난다. 이름 모를 수많은 위스키에 둘러싸이자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잔뜩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곁눈질로 주변을 훑으니 바텐더가 능숙하게 말을 걸어주었다. 약간의 스몰토크를 주고받은 뒤 위스키 바에 처음 왔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마침 붐비기 직전이라 손님은 나 하나였고, 그날의 바텐더는 나의 훌륭한 위스키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그가 알려준 몇 가지 팁을 공유해본다.
❶ 백 바(back bar)를 확인한다.
위스키 바에 가면 수많은 보틀이 진열된 백 바가 먼저 눈에 띌 것이다. 백 바는 위스키 바의 성격을 잘 드러내주는 공간이다. 백 바를 찬찬히 훑어보며 위스키 이름을 눈으로 익혀본 뒤 부끄러워 말고 바텐더에게 궁금한 술에 대해 물어보도록 하자. 가게가 너무 바쁘지만 않다면 바텐더도 기쁜 마음으로 응대해 줄 것이다.
❷ 미리 술을 마시고 가는 것은 비추.
강렬한 안주에 소주를 마신 뒤 위스키 바에 간 적이 있는가. 혀와 코가 마비된 상태로 위스키를 마시면 맥캘란과 캡틴큐조차 구분 못하는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 첫 방문이라면 가벼운 식사로 배를 채우고 방문하여 가벼운 안주만 곁들여 보는 게 좋겠다. 위스키의 온전한 맛과 향을 즐기며 다양하게 즐겨볼 수 있다.
❸ 니트로 마셔본다.
비싼 싱글몰트를 시켜서 온더록스로만 맛보는 것은 슬픈 일이다. 차가운 얼음이 혀를 마비시키는 것은 물론 얼음이 녹아 희석되면서 그 맛과 향, 색의 정수를 밋밋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처음 맛보는 위스키는 니트로 마셔보자. 위스키 원액을 충분히 즐긴 뒤에 온더록스 잔을 따로 시켜 개별적으로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❹ 선행학습은 술맛을 더 잘 느껴지게 한다.
싱글 몰트, 쉐리, 블렌디드 위스키의 차이 정도는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전할 경우 유명한 위스키를 사서 집에서 먼저 마셔본 뒤, 특이하거나, 구입이 어렵거나, 비싼 위스키를 바에서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차피 맛과 향을 즐기러 가는 것이니 다양한 비교 군을 머리로도 경험적으로도 알고 가면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❺ 바텐더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건다.
가게가 너무 바쁘지 않다면 바텐더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것을 추천한다. 바텐더는 누구보다 가게에 있는 술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날만은 바텐더를 나의 위스키 길잡이라 생각하고 맡겨보는 것도 좋겠다. 평소 위스키에 대해 알고 싶었던 정보를 물어보면 친절히 설명해 줄 것이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가게가 바쁘지 않다는 가정 하에서다.
출처 : gqkorea, by 송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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