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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와인

보이면 사야 하는 가격 급상승 보르도 와인 3

by K-Books 2024.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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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백 년 동안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은 보르도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부르고뉴 와인과 샴페인이 최근 20년 동안 폭발적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많은 보르도 와인들이 ‘가성비 와인’ 취급을 받게 됐다. 그러다보니 가성비 때문에 20년전 부르고뉴 와인을 선택하던 상황이 역전되어 다시 보르도의 프리미엄 와인을 마시는 수요가 늘고 있고 이는 가격에도 반영됐다. 보르도의 저가 와인 생산자들은 더 이상 와인이 팔리지 않아 포도 나무들을 뽑아버리는 상황인데도 프리미엄 와인들만 가격이 오른 것이다. 가장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보르도의 고급 와인들을 소개한다.

❶ 샤또 꼬스 데스투르넬

보르도 좌안에 위치한 생테스테프 마을 최고의 와인을 하나 꼽는다면 샤또 꼬스 데스투르넬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2등급 그랑 크뤼들 중 가장 품질이 뛰어난 와인에만 붙이는 별명인 ‘슈퍼 세컨드’의 대표격이며, 생테스테프 마을에는 그랑 크뤼 1등급 와인인 5대 샤또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오랜 라이벌인 샤또 몽로즈가 같은 마을에 같은 등급으로 있지만, 꼬스 데스투르넬보다는 가격이 조금 덜 올랐다. 아무래도 기존의 인지도와 최근 20여년간의 평가에서 꼬스 데스투르넬이 한 수 위라고 평가 받은 듯 하다. 

5년여 전만 해도 이 와인의 가격은 25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20여년간 보르도 최악의 빈티지로 꼽히는 2013을 제외하면 현재는 대부분 소매가격이 40만원을 넘는다. 특히 로버트 파커와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100점을 받은 2016 빈티지는 50만원 이하의 가격을 찾을 수 없다. 시음 적기에 접어든 그레이트 빈티지인 2009년 같은 경우에는 씨가 말랐을 뿐 아니라 혹시 만나더라도 80만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 언급된 가격은 국내 최저가 수준이다. 그러니 이 정도 가격으로 이 와인을 만난다면 여전히 구입하는 게 좋다. 5년 전에 2009 빈티지는 40만원 정도에 살 수 있었으니 말이다.

❷ 샤또 피작

피작은 보르도 우안 생떼밀리옹 지구에서 원래부터 한 손에 꼽히는 최상급 와인이었다. 생떼밀리옹 와인 중에 이 둘보다 비싼 건 슈발 블랑과 오존, 안젤루스 정도뿐이었다. 왜냐하면 후자의 와인들은 ‘생떼밀리옹 1등급 그랑 크뤼 클라쎄 A’였고, 피작은 ‘생떼밀리옹 1등급 그랑 크뤼 클라쎄 B’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 10년마다 등급을 재조정하는 생떼밀리옹은 2022년 새로운 등급 조정에 대한 기준이 슈발 블랑, 오존, 안젤루스와 달랐고, 그들은 결국 협회를 탈퇴해 등급 심사를 거부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졸지에 ‘생떼밀리옹 1등급 그랑 크뤼 클라쎄 A’가 전부 사라졌는데 (꼭 이 일 때문은 아니겠지만) 피작은 같은 등급이었던 샤또 파비와 함께 나란히 ‘생떼밀리옹 1등급 그랑 크뤼 클라쎄 A’로 승격됐다. 과정이 아름답진 않았지만 어쨌든 생떼밀리옹 최고의 와인으로 인정을 받게 된 피작과 파비의 가격은 불과 1년 사이에 2배 가량 올랐다. 그리고 원래 피작이 파비보다는 좀 더 쌌는데, 현재의 가격은 별 차이가 없어 결과적으로 피작이 더 많이 오른 셈이 됐다. 개인적으로 피작은 슈발 블랑, 오존과 동급의 품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대부분의 와인 애호가들이 나와 같게 평가할 거다. 때문에 현재의 오른 가격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구입에 대한 건 값을 치르는 차의 몫이다. 

❸ 샤또 빠쁘 끌레망 블랑

보르도 화이트 와인은 부르고뉴에 비해 조명받지 못하지만 이는 퀄리티 차이라기보다는 생산량과 인지도의 차이 때문에 더 크다고 생각한다. 보르도 최고의 와이너리로 꼽히는 샤또 오브리옹과 샤또 마고도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지만, 수량이 워낙 적어 좀처럼 수출을 하지 못한다. 그나마 국제적으로 유통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최고급 보르도 블랑으로는 샤또 빠쁘 끌레망과 샤또 스미스 오 라피트 정도다. 둘 중 빠쁘 끌레망이 예전부터 조금 더 비쌌고, 현재 가격이 오른 폭도 좀 더 크다. 그리고 빠쁘 끌레망은 블랑이 루즈보다 항상 조금 더 비싸다. 평가도 높다. 

이 와인은 연간 1만병 남짓 생산할 뿐이다. 국제적으로 상당히 희귀해야 맞는데, 국내 수입사가 일을 잘하는 건지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보인다. 3년 전만 해도 20만원대 초반에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30만원대 중반이면 거의 최저가다. 가격이 더 오를 것 같냐고 혹시나 묻는다면 내 대답은 ‘Yes’다. 짧지 않은 세월 보르도 블랑 최고의 와인으로 꼽혀왔고, 소비뇽 블랑 품종을 주로 쓴 와인 중 전세계적으로 이보다 품질이 뛰어난 와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참고로 최근 보르도의 특급 와이너리들은 레드 와인 품종이 식재된 구역을 줄이고, 그 자리에 화이트 와인용 나무를 심고 있다. 그건 앞으로 20년쯤 세월이 지났을 때 이 와인의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할 거란 증거 아닐까 싶다.

출처 : gqkorea,  by 김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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