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와인을 고르는 일이 마치 종합소득세 신고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진다면, 라벨 읽는 법과 최상급 와인 알아보는 법 두 가지만 알아두자. 입문자도 훨씬 수월하게 마음에 드는 와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 와인 라벨 읽는 법
결론부터 이야기하겠다. 절망적이지만 모든 와인에 통용되는 라벨 읽는 법은 없다. 세상 모든 와인에 생산자와 지역명이 적혀 있으니 이를 바탕으로 유추하고 추가로 밭의 이름, 상표명, 품종 등의 정보가 적힌 경우 참고하면 된다.
빠른 이해를 위해 우리나라 막걸리에 비유해 보겠다. ‘지평막걸리’는 사진 속 ‘평생’ 막걸리 이외에도 ‘지평’이라고 크게 적혀 있는 쌀막걸리와 ‘옛막걸리’, ‘일구이오’, ‘이랑이랑’ 같은 여러 라인업을 갖고 있다. 이중 사진의 ‘평생’을 살펴보면 생산자명인 ‘지평양조장’이 라벨 왼쪽에 작게 적혀 있다.
‘가야 – 소리 산 로렌조’ 역시 마찬가지다. ‘가야’는 생산자명이고, ‘소리 산 로렌조’는 원료인 포도가 자란 밭의 이름이다. 가야는 이 와인 이외에도 ‘코스타 루씨’, ‘소리 틸딘’같은 수십 종의 와인을 선보인다. ‘소리 산 로렌조’라는 문구 조금 아래 옅은 회색 글씨로 ‘바르바레스코’라고 적힌 것은 ‘소리 산 로렌조’ 밭이 위치한 마을의 이름이다. 와인을 잘 아는 사람들끼리는 이 와인을 설명할 때 “가야의 바르바레스코 싱글 빈야드인 소리 산 로렌조입니다”라고 말한다. 싱글 빈야드는 문자 그대로 ‘하나의 포도밭’을 뜻하는데, ‘소리 산 로렌조’라는 밭의 포도 이외에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름이 있는 단일 밭의 포도로 만든 와인은 기본적으로 고급이며, 보통 최상급에 속한다. ‘가야’라는 생산자가 있고, ‘바르바레스코’는 이탈리아 최고급 와인 산지이고, ‘소리 산 로렌조’가 밭의 이름이라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와인 라벨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사실 꽤 어려운 일이다. 나역시 이런 것에 익숙해지기까지 2년쯤 걸렸다. ‘입문자를 위한 조언이 뭐 이렇게 가혹한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당신이 간신히 한글을 읽을 수만 있는 수준의 외국인이라고 가정해 보자. ‘지평막걸리’ 역시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 본사가 자리하고 있어 그러한 이름이 붙었고, 경기도는 고급 쌀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라벨에서 이해하기는 어렵다. 와인 역시 동일하게 관련 상식 공부를 했던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생략된 정보가 많다. 딱히 와인 라벨만 어렵게 만든 것은 아니란 얘기다. 막걸리를 대하듯 친숙하게 자주 접하면 쉬워질 것이다.
2️⃣ 비싼 와인 한눈에 알아보는 법
예전에는 신대륙의 값싼 와인에만 코르크 마개 대신 스크류캡을 씌워 출시했다. 그땐 마개만 봐도 어느 정도 가격을 짐작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고급 와인 중에도 스크류캡을 적용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다만 최상급 와인 중 스크류캡을 적용하는 것은 아직도 없다. 스크류캡이라면 부담스러울 정도의 가격은 아닐 것이다. 코르크 마개 역시 그 종류가 다양한데,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천연의 코르크 마개를 적용한 와인이라면 싸구려 와인일 가능성이 작아진다. 코르크 비슷한 합성수지를 사용했거나 코르크 부스러기를 압축해 만든 합성 코르크 마개는 아무리 비싸봤자 고급 생산자의 엔트리급 라벨까지만이다.
천연 코르크 마개를 사용했더라도 길이가 짧다면 장기 숙성이 불가능한 와인이고, 반대로 길이가 길다면 장기 숙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와인인데, 당연히 후자의 와인이 비싸다. 아버지 셀러에 있던 와인을 아무런 정보 없이 오픈했는데, 코르크 마개가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데다 결까지 천연 그대로 살아 있다면? 다음날 혼날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와인 라벨에 ‘Grand Cru(그랑 크뤼: 최고급 밭)’라고 적힌 와인은 가장 싼 게 7~8만 원대다. 평균이 20~80만 원대이고, 비싼 건 연봉 수준까지 올라간다. ‘1er Cru(프르미에 크뤼: 1등급 밭)’라고 적혀 있다면 그랑 크뤼 버금가게 비싼 와인이지만, 가장 싼 걸 기준으로 삼으면 오히려 가장 싼 그랑 크뤼보다 비싸다. 병 입구를 알루미늄 포일 소재의 캡 실 대신 밀랍으로 감싼 것들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종류의 것들은 대부분 비싸다. 또 와인 라벨에 유난히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 있고, 발랄하거나 유쾌한 느낌이 든다면 저렴한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인데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 카스틸로 이가이 그랑 리제르바 에스페시알’은 40만 원 이하로 구할 수 없는 최상급 와인이다.
반대로 ‘도미니오 드 핑구스 – 핑구스’를 보면 와인 라벨이 성의 없고 평범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이 와인의 가격은 300만 원대다. 라벨 디자인으로 와인의 품질과 가격을 짐작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건 없다.
출처 : gqkorea
by 김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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